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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쇼핑🛒

#25 [Alden] 알든 9901 플레인 토 블러처 - 블랙

제품명: Alden 9901 Plain Toe Blucher (Black Shell Cordovan)
모델 번호: Alden 9901

9901

내 신발장에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하고 봤을 때 구두, 더비류의 신발이 항상 필요하다고 느꼈다. 물론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취향이 정립되지 않던 시절에 가성비라는 말에 혹해 구매한 로퍼나 브랜드 이름만 보고 발은 신경 쓰지 않은 상태로 구매한 더비가 보였지만 신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단순히 저렴해서 안 좋은 신발이라는 뜻이 아니다. 스니커즈와는 다르게 직접 신어보고 사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 평소 반업하는 습관대로 업사이징해서 구매해 깔창 없이는 신을 수 없었고 힐슬립도 심해 걷기 불편했다. 또한 요즘 내가 입는 스타일과도 잘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보니 구매 초기에는 만족하며 신고 다녔지만 손을 안 댄 지 1년은 넘긴 것 같다. 그래서 꾸준히 더비를 새로 들여야겠다고 생각했고 이번엔 단순 소비가 아닌 투자로써 좋은 신발을 사고 평생 신어 보자고 생각했다. 먼 미래에 아들에게 넘겨줄 수 있는 것이 가죽 신발이니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최종적으로 구이디와 알든 중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구이디는 조금 더 캐주얼하면서 가지고 있는 코모리의 옷들과 가장 잘 어울리게 신을 수 있어 후보에 올렸다. 특유의 자글자글한 가죽이 주는 아티잔 감성이 좋았다. 다만 구이디만의 색이 강하다 보니 코모리 외에 다른 착장에도 잘 어울릴지는 살짝 의심이 들기도 했다.

alden


알든은 구이디 보다는 좀 더 클래식하지만 캐주얼한 면도 있는 중간 어딘가에서 선을 잘 타는 쉐입이다. 포멀부터 캐주얼까지 범용적으로 신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고 코도반 더비의 굵은 주름의 매력도 선택 이유 중 하나였다.

결국 알든의 더비가 더 여기저기 신기 좋을 것 같아 알든으로 결정했다. 알든과 코모리의 조합이 괜찮은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는데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광이 좀 더 죽는다면 충분히 잘 어울릴 것 같다. 다음 가죽 신발을 사기 전까지 얼마가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무난한 블랙 색상의 9901을 구매했다. 우선은 안정적인 선택을 하고 이후 구이디의 더비나 부츠, 로퍼, 버건디 색상의 가죽 신발 등 다양한 선택지를 갖출 수 있게 노력해 봐야겠다.

9901

 

매장에 가서 신어도 보고 예약이라도 해서 구매해 보려 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물량 부족으로 인해 구하기 어렵기로 유명한 알든 9901인 만큼 새 상품을 구매할 수 없었다. 때문에 상태가 좋은 매물까지 선택지를 넓혔고 실사용이 적다면 충분히 내 발에 맞게 길들일 수 있을 것 같아 매물로 구매했다.

생각보다는 괜찮은 착화감에 놀랐다. 물론 편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가죽 구두의 착화감 기준을 보수적으로 잡고 신어서 그런지 충분히 편하고 신을만 하다고 생각했다. 굵은 주름이 잡히는 것도 좋았고 솔과 크림을 구매해 손질을 해주니 광도 조금 살아났다.

9901

 

통이 큰 와이드 데님과도 잘 어울릴지 의문이 들어 매치해보니 그걸 보던 친구가 "바지 통에 비해 신발이 너무 뾰족한 거 아니야?" 라며 별로라고 했다. 알든의 9901은 배리 라스트로 알든의 쉐입 중 가장 둥글고 묵직하다. 때문에 내 눈에는 충분히 괜찮은 조합으로 보였다. 포멀한 가죽 구두는 뽀죡하다는 생각이 일반적인 만큼 친구의 시선에서 나온 말이 틀린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알든 정도면 와이드 팬츠의 넓은 밑단을 잘 받쳐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눈에는 믹스매치의 영역쯤으로 봐줄만한 수준이여서 와이드 데님과의 조합도 자주 입을 것 같다.

한번에 너무 고가의 신발을 구매하기도 했고 손질도 익숙하지 않지만 후회는 없는 구매였다. 소중하게 관리하되 모셔두지는 않을 예정이다. 치열하게 신으면서 평생을 함께 해보겠다.